AI가 신입을 대체한 시대, 미래의 경력직은 누가 만드는가

최근 MBC의 한 보도에서 오랜 시간 노력하여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과거에는 어려운 전문자격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안정적인 직업을 얻는 중요한 관문이었지만, 이제는 그 관문을 통과하고도 경력을 시작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당 보도에서는 최근 6년간 약 1,000만 건의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AI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직군일수록 신입 채용이 감소하고 기업들이 더 많은 경력을 요구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모두 AI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청년 취업 문제보다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기업이 경력직만 채용하려 한다면, 미래의 경력직은 과연 누가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입니다. 과거 신입사원이 수개월에 걸쳐 배우고 수행하던 자료 조사, 데이터 정리, 문서 작성, 기초 분석 등의 업무를 이제 AI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높은 인건비와 교육비를 부담하면서 신입사원을 육성하기보다 AI를 활용하고 부족한 전문성은 경력직 채용으로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에는 중요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기업이 계산하는 것은 현재의 비용이지만, 정작 사라지고 있는 것은 미래의 인재를 생산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입니다.

경영학에서 인적자본은 단순히 채용을 통해 확보하는 자원이 아니라 교육과 경험, 조직 내 상호작용을 통해 축적되는 자산입니다. 아무리 우수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자격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며,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는 능력은 현장의 경험을 통해 성장합니다. 회계사 역시 회계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복잡한 기업의 재무 상황을 해석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을 제공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역량입니다. AI는 지식에 접근하는 장벽을 낮추고 업무 수행을 지원할 수 있지만,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책임감과 판단력을 자동으로 완성해 주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전 세대가 축적한 경험과 판단의 기준을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과정입니다. 동양의 성리학에서도 배움은 지식을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실제 행동과 실천을 통해 자신의 앎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선배의 업무를 관찰하고, 실수하고, 수정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 역시 이러한 배움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런데 AI가 기초적인 업무를 대신한다는 이유로 신입사원의 참여 기회 자체를 없앤다면, 우리는 업무의 비효율성과 함께 사람을 성장시키는 경험의 과정까지 제거하는 셈입니다.

이 문제는 기업문화의 전승과도 연결됩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고객에 대한 이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위기에 대응하는 판단 기준,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기업 고유의 경쟁력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조직의 암묵지는 매뉴얼만으로 전달되지 않으며, 함께 일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집니다. 외부에서 우수한 경력직을 채용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이전 조직에서 축적한 경험이 새로운 기업의 문화와 곧바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신입 육성을 포기한 기업은 인건비뿐 아니라 조직의 기억과 문화를 이어 갈 통로까지 축소할 위험이 있습니다.

AI가 가져오는 변화는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에서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2025년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미국 노동시장 분석에서는 생성형 AI에 노출된 직종에서 경력 초기 근로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AI가 모든 일자리를 일률적으로 없앤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히 경험을 쌓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진입장벽이 형성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세계경제포럼의 2025년 미래 일자리 보고서 역시 2030년까지 근로자들이 보유한 기존 직무 역량의 평균 39%가 변화하거나 낡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두 연구가 함께 시사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업이 이미 완성된 인재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사람을 다시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능력 자체가 중요한 경영 역량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여기서 또 하나의 경제적 모순을 발견합니다. 개별 기업이 AI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를 축소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청년들은 경력을 시작할 기회를 잃고, 산업 전체에서는 숙련 인력이 공급되는 통로가 좁아지며,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필요한 경력직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고용과 소득의 기반이 약해지면 기업이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소비자의 성장 역시 제한될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의 효율성이 반드시 시장 전체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AI 시대의 인재 전략은 단순히 채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구조를 어떻게 새롭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과거 신입사원에게 반복 업무를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경험을 축적하도록 했다면, 이제는 AI가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에서도 신입사원이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고객과 소통하고, 자신의 판단을 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은 줄이되 판단력을 기르는 경험의 밀도는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새로운 AI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AI 도입의 성과를 업무시간 단축, 인건비 절감, 자동화 비율 등으로 평가했다면, 앞으로는 인재의 성장 속도, 업무 판단의 품질, 조직 지식의 축적, 차세대 리더의 육성까지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CEO는 미래의 인재 공급 구조를 경영 전략에 포함하고, CFO는 교육비를 단순 비용이 아닌 장기적 경쟁력에 대한 투자로 바라보며, CTO와 인사 책임자는 AI와 사람이 함께 학습하고 성장하는 업무 환경을 설계해야 합니다. 특히 신입 채용과 교육의 성과를 3년에서 5년의 관점에서 측정하고, 경험 많은 직원들의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기업은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AI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줄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는가, 아니면 AI를 활용해 얼마나 더 뛰어난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는가. 앞으로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한 AI 도입 계획이 아닙니다. 신입 인재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 설계, AI 활용 역량과 인간의 판단력을 함께 평가하는 성과체계, 조직의 지식과 문화를 전승하는 교육 시스템, 그리고 인재육성의 책임을 경영 전략에 반영하는 거버넌스입니다. AI가 현재의 업무를 대신할 수는 있지만, 미래의 인재를 만들어야 할 기업의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AI 시대에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사람을 가장 많이 줄인 기업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사람을 가장 잘 성장시킨 기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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