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부메랑: 사람을 해고한 기업들이 다시 사람을 찾는 이유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노동을 줄여 왔다. 증기기관은 인간의 근력을 대신했고, 전기는 생산의 시간을 바꾸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은 정보의 이동 속도를 혁신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간의 인지 능력까지 확장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AI를 바라보며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기대는 생산성 향상이고, 두려움은 인간의 역할이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기업들은 AI를 도입하며 가장 먼저 인력 감축을 떠올렸다. AI가 사람보다 빠르고, 쉬지 않으며, 비용도 저렴하다면 사람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AI를 앞장서 도입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일부 기업들이 다시 사람을 채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경영 실패일까, 아니면 AI 기술의 한계일까. 나는 그 이유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는 철학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는 단순한 노동 계약이 아니다. 철학은 오래전부터 이 관계를 인간 존재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실현하며 공동체 안에서 좋은 삶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설명했고, 칸트는 인간을 결코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목적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역시 지식노동자는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의 기업은 점차 사람을 생산 요소 중 하나인 노동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회계장부에는 사람보다 인건비가 먼저 보였고, 경영자는 사람을 자산보다 비용으로 인식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것은 산업화 시대에는 매우 효율적인 사고였다. 반복적인 생산 공정에서는 노동력이 곧 생산성이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도 많은 기업들이 같은 사고방식을 유지했다. 사람을 비용으로 바라본 기업에게 AI는 자연스럽게 가장 효율적인 대체재였다. AI는 급여를 요구하지 않고, 휴가도 없으며, 24시간 일할 수 있다. 그래서 AI 도입은 곧 인력 감축이라는 공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착각이 숨어 있었다. AI는 업무를 수행할 수는 있지만 조직을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경험한 이른바 ‘AI 부메랑’ 현상은 이러한 착각을 잘 보여준다.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일부 기업들은 예상과 달리 고객 만족도 하락, 품질 저하, 의사결정 지연, 조직 운영의 혼란을 경험했고, 결국 일부 직무에서 다시 사람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AI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단순한 실행자로만 이해했던 경영 철학이 실패한 것이다.

그 이유는 기업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상당수가 문서로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마이클 폴라니는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암묵지(Tacit Knowledge)다. 고객의 미묘한 감정을 읽는 능력, 조직 내 협업 방식, 경험에서 나오는 직관,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 신뢰를 형성하는 대화 방식은 매뉴얼에 존재하지 않는다. AI는 문서화된 지식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이러한 암묵지를 자연스럽게 습득하지는 못한다. 사람을 해고하는 순간 기업은 인건비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조직의 기억과 판단 체계까지 함께 잃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AI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기반 기술이다. 산업혁명에서 전기가 노동자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공장의 구조를 바꾸었던 것처럼 AI 역시 사람을 없애기보다 기업의 운영 구조를 재설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구조를 바꾸기 전에 사람부터 줄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AI 부메랑 현상의 본질이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글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해 왔다. 그것은 발견(Discovery)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발견은 정보가 되고, 정보는 반복과 검증을 거쳐 지식이 되며, 축적된 지식은 법칙으로 정리된다. 법칙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만들고, 구조는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며, 결국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낸다.

이 관점에서 AI 산업은 현재 어디쯤 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미 AI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직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AI는 여전히 지식과 법칙의 단계를 지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프롬프트를 연구하고, 거대 언어 모델을 활용하며, AI 에이전트를 실험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 조직 위에 AI를 덧붙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변화는 AI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자체를 AI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재설계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AI 모델의 성능에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거대 언어 모델은 시간이 갈수록 범용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GPU 역시 전기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것이다. 토큰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다. 그렇다면 무엇이 경쟁력이 될 것인가. 나는 데이터 거버넌스, 온톨로지,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조직의 암묵지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는 능력이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AI는 결국 기업이 축적한 지식을 소비하는 존재다. 연료가 없는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듯,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진 AI는 뛰어난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기업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미래의 기업은 더 이상 사람과 AI를 경쟁시키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판단과 책임, 창의성과 신뢰를 담당하고, AI는 분석과 실행, 반복 업무를 담당하는 새로운 협업 구조를 만들 것이다. 고용의 의미도 노동력의 거래에서 조직의 판단 자본을 함께 구축하는 관계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AI 부메랑 현상은 기술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비용으로만 바라본 경영 철학이 만들어 낸 결과다. 사람을 수단으로 보는 기업은 AI를 사람의 대체재로 사용하려 할 것이고, 사람을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본으로 보는 기업은 AI를 그 자본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도구로 사용할 것이다. 이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문명은 언제나 인간의 한계를 줄이는 기술과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철학이 함께 발전할 때 탄생했다. 글자는 기억의 한계를 극복했고, 인쇄술은 지식의 확산을 가능하게 했으며, 인터넷은 정보 접근의 장벽을 허물었다. AI 역시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명을 바꾸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떤 철학으로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CEO가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더 이상 “AI로 몇 명을 줄일 수 있는가”가 아니다. 진정한 질문은 “우리 기업은 사람의 경험과 판단, 암묵지를 AI가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고 있는가”, “데이터와 프로세스, 온톨로지를 갖춘 AI Native Enterprise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사람과 AI가 함께 최고의 성과를 반복해서 만들어 내는 새로운 조직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는 기업이 앞으로 다가올 AI 문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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