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안다는 Go-to-Market 전략의 사소한 실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일 때 기업은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을 조사하고 고객을 구분하며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원칙도 익숙하다. 그런데 실제 고객과 만나는 순간, 우리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준비한 소개 자료를 펼치고 제품의 기능과 경쟁력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고객 중심의 전략을 세워 놓고도 대화의 출발점은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사소한 순서의 뒤바뀜이 시장 진입의 방향을 결정한다. 고객의 문제를 확인하기 전에 해법을 제시하면, 이후의 대화는 고객을 이해하는 과정보다 우리 제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으로 흐르기 쉽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Go-to-Market 전략이 현장에서 흔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클라우드 초기 시장에서 GTM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디렉터로서, 고객의 문제를 중심으로 시장을 구조화하고 메시지와 실행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고객군별로 어떤 문제가 도입을 촉진하는지, 누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지, 무엇이 전환을 가로막는지 파악하고 이를 시장 접근 전략으로 연결했다. 자원 확보의 지연, 선투자의 부담,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운영 구조를 고객의 언어로 설명하고, 클라우드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전달했다. 시장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특징을 얼마나 많이 알리느냐보다 고객이 움직일 이유를 얼마나 정확하게 정의하느냐였다.
고객의 문제보다 제품 설명을 앞세우는 배경에는 자신이 잘 아는 것을 상대방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과,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반응에 더 주목하려는 심리가 있다. 제품을 오래 연구한 사람에게는 기능의 가치가 분명하지만, 고객에게는 기존 업무를 바꿔야 할 이유가 아직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고객이 “좋은 기술이네요”라고 말하면 우리는 수요를 확인했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요청하면 구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호의적인 반응은 대화를 이어 갈 기회이지만 구매의 증거는 아니다. 예산 검토, 관련 부서의 참여, 도입 조건의 확인처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살펴야 한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원하는 기능을 받아 적는 일보다 깊은 과정이다. “비용을 낮추고 싶다”는 요구도 총액의 부담인지, 지출의 예측이 어려운 것인지, 내부에 비용을 설명할 근거가 부족한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해법이 달라진다. 따라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십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최근 어려움을 겪은 상황, 현재의 대응 방식, 개선을 실행하지 못한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반복적인 수작업과 임시 대응, 지연되는 승인과 누적되는 대기 시간에는 문제의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기업 고객을 하나의 인격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는 편리함을 원하고 기술 검토자는 안정성을 확인하며 예산 승인자는 경제성을 판단한다. 도입을 추진하는 담당자에게는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할 책임도 있다. GTM을 책임지는 디렉터는 이러한 요구를 연결해 누가 필요성을 제기하고, 어떤 기준으로 검토하며, 누구의 우려가 결정을 지연시키는지 구조화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역시 각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가치를 이해하면서 조직 전체가 같은 도입 목적에 동의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최근 연구도 이러한 연결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맥킨지가 2026년 발표한 글로벌 B2B Pulse 조사에서는 13개국 약 4천 명의 의사결정자를 대상으로 구매 행동을 살펴봤으며, 구매자는 구매 여정에서 평균 열 가지 채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관되지 않은 정보와 충분한 지식을 갖춘 지원의 부재는 공급업체 변경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제시됐다. 고객은 여러 접점을 통해 판단하므로 광고에서 제시한 가치와 영업의 설명, 기술 검증과 도입 지원이 일관되게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가트너 역시 2025년 GTM 협의체에 관한 보고서에서 조직 간 전략 불일치가 B2B 기업의 비효율과 마찰을 유발한다고 지적하며 공동 의사결정과 전략 정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객 이해가 마케팅 부서의 조사 결과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출발점의 실수는 조직 전체의 판단으로 확산된다. 구매 여건이 없는 고객에게 접근한 뒤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영업은 가격이 높다고 판단하고, 제품팀은 기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마케팅은 더 많은 잠재고객을 확보하려 한다. 각 부서는 성실하게 움직이지만 실제 장애물이 구매 시점이나 내부 승인 조건이었다면 할인과 개발, 홍보 확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비용과 복잡성이 늘어나고 고객마다 다른 약속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이 시장은 가격만 본다”는 해석이 조직의 상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 잘못된 고객 선택에서 얻은 결과를 시장 전체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다음 전략도 같은 오류를 이어받는다. 전략을 총괄하는 사람은 개별 활동의 성과와 함께 그 활동이 어떤 시장 가정에 근거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러므로 초기 GTM의 목표는 판매 활동의 규모와 함께 시장에 대한 가정이 얼마나 정확하게 검증됐는지를 확인하는 데 두어야 한다. 먼저 해결할 문제와 고객군을 좁히고, 여러 고객의 실제 경험에서 공통점을 찾으며, 작은 제안으로 구매 행동을 확인해야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우선 공략할 시장과 보류할 기회를 구분하고 메시지, 채널, 영업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 첫 계약 이후에는 고객이 약속한 성과를 얻었는지, 그 성과를 유사한 고객에게도 수익성 있게 제공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경영진은 제품 소개 자료만큼 고객의 문제를 기록하고 검증하는 체계에 투자하며, 영업·마케팅·기술 조직이 같은 고객 이해와 성공 기준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과 검증된 영업기회를 구분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가격과 기능을 바꾸기 전에 고객 선택과 문제 정의를 점검해야 한다. GTM을 이끄는 디렉터의 역할은 이러한 판단을 하나의 실행 구조로 만들고, 현장에서 얻은 증거에 따라 자원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언어로 문제를 정의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근거를 제공하며, 도입 이후 성과까지 책임지는 흐름이 갖춰질 때 시장 진입은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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