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만드는 사람, 조직을 망치는 사람 : 에이스와 베이스, 그리고 코어의 선택

 


많은 리더들은 조직을 이끌면서 한 가지 착각에 빠진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고, 싫은 소리를 피하며, 문제가 있는 사람도 끝까지 품으려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조직이 무너지는 시작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리더의 역할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성장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직심리학과 인사관리 분야에서는 고성과자 관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은 파레토 법칙이 보여주듯 상위 20%의 인재가 전체 성과의 80% 이상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직원이 아니라 조직의 핵심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를 A(에이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조직 운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다수의 구성원을 B(베이스)라 부르며, 이들을 관리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의사결정자를 C(코어)라고 정의하고 싶다.

흥미로운 것은 조직의 성패가 A에게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C의 판단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A는 성과를 만들고 B는 조직을 유지하지만, C는 누구에게 자원을 배분하고 누구를 성장시킬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이 성장하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고객이 늘어나고 고수익 프로젝트가 증가하면 코어는 가장 능력 있는 에이스에게 중요한 업무를 집중시킨다. 이는 단기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은 당연한 경영 판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고성과자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일이 주어진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하면 더 높은 성과를 만든다. 그리고 더 많은 업무가 다시 집중된다. 이러한 순환은 결국 번아웃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번아웃을 직업적 증후군으로 분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에이스가 무너졌을 때 조직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 해석하지만 실제로는 시스템의 실패라는 점이다.

인사관리 관점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견된다. 직무요구-자원모형(Job Demands-Resources Model)에 따르면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과 권한, 성장 기회가 부족하면 고성과자는 결국 조직을 떠나게 된다. 특히 자신이 창출한 가치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조직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많은 리더들은 조직의 화합을 위해 모두를 동일하게 대우하려 하지만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똑같이 대우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불공정이다.

더 큰 문제는 베이스 그룹에 대한 관리다. 에이스에게만 일을 몰아주다 보면 베이스는 성장 기회를 잃게 된다.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지 못하고 반복 업무만 수행하게 된다. 결국 조직은 에이스 한 명에게 의존하는 단일 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 구조가 된다. 에이스가 떠나는 순간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군사학은 이미 이에 대한 답을 오래전부터 제시해왔다. 전쟁에서 승리를 만드는 것은 최정예 특수부대만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특수부대라도 보급과 정비, 정보와 지원체계가 무너지면 전투를 지속할 수 없다. 군사학에서는 이를 중심(Center of Gravity)과 예비대(Reserve)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핵심 전력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후속 전력을 육성해야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에이스는 최전선에서 싸우는 특수부대이고 베이스는 후방에서 조직을 지탱하는 지원부대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조직은 지속가능성을 잃는다. 따라서 코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에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스를 복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에이스를 통해 미래의 에이스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조직이 성장할수록 코어는 자기 고양 편향(Self-Serving Bias)에 빠진다. 회사가 성장하면 “내 전략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늘어나면 “내 의사결정 덕분”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에이스가 고객을 확보하고, 베이스가 운영을 유지하며, 수많은 구성원의 헌신이 조직을 움직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등장한다. 바로 사내 정치다.

에이스는 눈에 띈다. 성과를 만든다. 추진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베이스 구성원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비교 이론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보다 타인의 성과를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성장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구성원은 에이스를 배우려 하기보다 끌어내리려 한다. 그 결과 조직은 성과 경쟁이 아니라 정치 경쟁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착한 리더, 착한 에이스가 등장한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에이스는 갈등을 피한다.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성과보다 관계를 우선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도 끝까지 품으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에이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 성과를 내는 사람은 더 많은 책임을 지고, 문제를 만드는 사람은 보호받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국 에이스는 떠난다. 남는 것은 무엇일까.

고수익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력이 사라진 조직, 역량보다 충성심이 우선되는 조직, 도전보다 정치가 중요해진 조직이다. 그리고 조직의 평균 역량은 점차 하락한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고객은 떠나기 시작한다. 많은 기업들이 성장 이후 쇠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십은 에이스를 보호하고, 베이스를 성장시키며, 공정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며, 반복적으로 조직에 해를 끼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결국 조직은 A와 B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미래는 C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에이스가 떠나는 회사는 에이스의 문제가 아니라 코어의 문제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은 뛰어난 인재를 우연히 확보한 조직이 아니라 새로운 에이스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가진 조직이다.

지금 우리 조직의 코어는 에이스를 소모하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에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미래의 성장을 위해 우리는 오늘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단계 1] 초기 성장기: 고수익 일감 발생 → 코어(C)가 에이스(A)에게 업무 몰아주기 (단기 성과 극대화)

[단계 2] 불균형 발생: 에이스는 번아웃, 베이스(B)는 성장 기회 박탈 및 시기·질투 (사내 정치 시작)

[단계 3] 코어의 착각: 코어는 '자기 고양 편향' 및 '착한 리더 병'으로 공정 보상 실패, 갈등 방치

[단계 4] 시스템 붕괴: 에이스(A) 퇴사 → 고수익 업무를 베이스(B)가 맡다 실패 → 조직 역량 하향 평준화

[단계 5] 최종 쇠퇴: 역량보다 충성심·정치가 우선되는 조직으로 변질, 수익성 악화 및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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